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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사건의 이해를 위해 people v. Jorge Saavedra 판례를 살인 가해자이자 학폭 피해자인 Jorge Saavedra의 1인칭 시점으로 각색한 이야기입니다. 

 


내가……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요? 난 그냥 사람답게 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내 이름은 호르헤 사아베드라. 오늘도 학교를 가야 한다는 사실이 끔찍해요. 

십대니까 그럴 수 있다구요? …비단 그것만은 아닙니다. 난 사실, 학교 폭력 피해자거든요…… 왜냐구요? 학폭에 이유가 있나요. 그냥 전 어느 순간부터 그들에게 찍혔어요.  그리고 벌써 1년이 지났어요. 처음에는 화도 났는데, 그냥 포기하게 됐죠.  나보다 힘도 세고 친구들도 많은 그애들을 난 절대 못 이기니까… 근데 왜 하필 나였을까요? 

난 스스로를 작은 생쥐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그들을 피해 다녔습니다. 스쿨 버스를 타야 되는데 그애들이 버스 정류장에 있는 걸 멀리서 보고 황급히 숨어서, 늦어지더라도 다른 버스를 탔어요. 학교를 안 간 적도 많죠. 그리고 복도에선 그애들을 피해 최대한 도망갔어요. 점심 시간이나 쉬는 시간은 정말… 지옥과도 같았어요. 수업이 끝나면 화장실에 숨어서 빈 교실 커튼 뒤에 숨어서 그애들이 제발 날 보지 않길 떨면서 기도했어요.  

 

그들은 기분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었어요. 날씨가 비가 오든 햇빛이 화창한 날이든 이유 없이 전 예고 없이 뒤통수를 맞거나 종종 피떡이 될 만큼 맞았어요. 그래요, 딜런 패거리들의 영향력을 자랑하는 일종의 수단이었어요 내가. 언젠가 저 주먹에 죽을 것 같았어요. 

 

…그날은 이상하게 칼에 시선이 가더라구요. 그냥 작은 접칼 있잖아요. 등교하기 전에 혹시 몰라서 챙겼어요. 저번처럼 너무 심하게 때릴 때를 대비하여 날 지킬 수 있는 작은 위협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았어요. 찌르는 게 아니라, 그냥, 그냥 보여주면 걔네들이 물러날 것 같으니까, 호신용으로 챙겼죠. 

 

모든 수업이 끝났고 스쿨 버스를 탔어요. 아, 이 시간이 제일 괴로워요. 딜런과 그애 친구들이랑 도망갈 수도 없는 꽉 막힌 공간에서, 언제 모르는 위험에 덜덜 떨고 있어야 한다니. 난 전혀 싸우고 싶지 않아요. 그냥 오늘은 조용히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고 했던가요? 정말 다행히도 아무 문제 없이 버스에서 내렸어요. 근데 퍽, 하고 뒤통수가 심하게 아팠죠. 뒤돌아보니 딜런이 주먹을 들고 웃고 있었어요. 그자식들이 절 따라내린 거에요. 나, 난 도망가려고 했어요. 근데 딜런이 내 옷을 잡고 안놔줬죠.

 

순간 코마에 빠진 것처럼 정신이 혼미해졌어요. 나, 나 좀 놔줘. 맞고 싶지 않아. 또 저번처럼 맞으면 어떡해… 어떡하지? 어떡해… 어떡해!

난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내 주머니에 있던 접칼을 꺼냈어요. 그리고 딜런의 가슴과 복부를 미친듯이 찔렀죠. 그리고 2급 살인 혐의(Second degree muder)로 체포됐습니다. 분명, 감옥에 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플로리다 주 법원은 제게 무죄를 선언했습니다. 

 

 

 


 

오늘 소개된 판례는 2012년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입니다. 고등학교 입학 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괴롭힘을 당해온 호르헤 사아베드라(Jorge Saavedra)는 자신을 괴롭히던 왕따 가해자인 딜런의 가슴과 복부를 12차례 찔러 살인하여 기소된 사건이였죠. 그러나 플로리다 주 법원의 판사 로런 브로디는 사아베드라가 'no duty to retreat' (Stand your ground law)를 주장하며 위협을 느꼈다고 판단할 경우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말하며, 무죄를 선언했습니다. 
이를 판단한 근거로는 첫째 사아베드라는 자신이 죽음이나 신체적으로 큰 위협을 당할 것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 

(학교폭력 가해자이자 이 사건 피해자인 딜런이 주먹으로 뒤통수를 먼저 가격한 점) 둘째로는 사아베드라가 딜런이 탑승하는 스쿨 버스를 피해 학교를 가지 않거나, 스쿨 버스를 타지 않는 방법으로 하교했던 사례를 강조했습니다. 또한, 1년 이상 사아베드라를 괴롭혀왔다는 여러 증언들이 밝혀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검찰은 판사 로런 브로디의 결정에 대해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판례는 거의 사실상 살인 면허를 부여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진보적이라 일컬어지는 미국에서조차 반향이 거센 판례였습니다. 이 사건 피해자인 딜런의 어머니 역시 '판사 브로디의 결정은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지 못할 것'이라 유감을 표했죠. 

 

학교 폭력 피해자, 가해자가 뒤바뀐 살인 사건은 통쾌함보다는 씁쓸한 감정만 남게 되네요. 모든 유형의 폭력은 금지되어야만 합니다.

어느 누구도 승자가 없다는 사아베드라 변호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포스팅을 이만 마치겠습니다. 구독, 공감, 댓글은 제케 큰 힘이 됩니다.  

 

 

 

'ㅆㅂ'은 모욕죄가 아니다?

다음은 사건의 이해를 위해{대법원 2015. 12. 24. 선고 2015도6622 판결}을 피해자인 경찰의 1인칭 시점으로 각색한 이야기입니다. 2014년 6월 10일 시간은 새벽 2시 38분 제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동작

jelly6.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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